김홍신의 이력사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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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3-04-15 05:18
[20030414]사스가 한국을 비켜간다면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125.♡.169.86)
조회 : 3,511  
사스(SARS, 급성호흡기증후군)로 전 세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아직까지 한국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이는 천운(天運)에 가깝다고 할 만큼 우연한 일일 뿐이다. 사스는 중국, 홍콩, 베트남, 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비롯해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과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의 쿠웨이트와 일본, 남부아프리카 지역까지 확산되어 전세계적인 위험요인이 되고 있다.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4월 12일 현재까지 총 20개국 2,890명의 의심환자가 발생했고, 이 중 사망자는 116명이 발생해 약 4정도의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12일 현재까지 28건의 의심사례가 신고됐지만 다행히 모두 음성으로 판정되어, 아직까지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검역시스템과 의료시스템을 자랑하는 싱가포르,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연이어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에 비추어 봤을 때, 사스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더 큰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법적 근거도 없는 검역과 방역대책

국가의 전염병관리는 해외 검역과 국내 방역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검역은 해외에서 유행하는 전염병의 국내 유입을 차단하는 일차적인 것이라면 이번 경우에 있어 국내방역 및 대응책은 이차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사스와 같이 경우에는 해외에서 유행하여 국내에 유입될 수 있는 전염병은 검역과 방역이 동시에 효율적으로 이뤄져야만 효과적인 대응책이 수립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내 유입을 막는 것이 최선이다.
검역전염병은 콜레라, 페스트, 황열 3가지로 규정되어 있다(검역법 제2조). 검역전염병의 경우 오염지역에서 출발하거나 경유한 항공기, 선박 등은 검역법 제7조에서 규정한 분리된 검역장소에서 절차에 따라 검역을 마친 후에야 국내에 들어올 수 있다. 사스와 같이 검역전염병이 아닌 경우에는 해당국에서 입국하는 비행기나 선박에 대해서 검역을 실시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는 없는 셈이다. 사스 발생 이후 당국에서 검역조치를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홍보문안의 개인배포 등 홍보강화나 사스 의심여부를 설문으로 제출하도록 한 후 국립보건원과 각 시도 보건소에 전달하여 추후에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방법 이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에는 한계적이다.
또한 국립보건원은 지난 4월 1일 전국 9개 권역별로 1개소 이상(서울은 3개소)의 격리병원 11개를 지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이 또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이다. 현행 전염병예방법은 1군전염병으로 지정된 콜레라, 페스트,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세균성이질,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과 말라리아나 에이즈 등 3군전염병 18개 질병 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질병에 대해서만 격리치료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전염병예방법 제29조). 4군 신종전염병증후군로 분류되어 있는 사스는 격리치료를 할 수 없고, 자가격리치료만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치료약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병 초기에 환자와 접촉을 금지하여 집중치료를 해야만하는 사스와 같은 경우 설사 보건당국이 의지를 갖고 격리치료를 하려고 해도 환자 끝가지 거부할 경우 이를 실행할 만한 근거가 없는 것이다.

늑장 행정, 오락가락 행정 여전-머리도 없고 손발도 없는 탁상행정

정부의 안일함은 방역대책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취약한 보건행정기반으로 인해 전염병발생의 정보와 대책이 모두 외국에 의존되어 있어, 자체적인 정보력과 대응능력은 한심한 수준이다
국내에 괴질발생사실이 알려진 건 홍콩언론들이 지난 2월 11일 광둥성 일대를 중심으로 괴질이 퍼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부터이다. 그로부터 한달 뒤인 3월 13일 WHO가 전세계에 경계령을 내렸고, 이튿날인 14일 국립보건원은 전국 시도 및 의협, 병협, 그리고 127개 응급실 감시 의료기관 47개 감염전문가 네트워크 참여의료기관에 대해서 WHO 통보사실을 알리고 의심환자가 발견되면 보건소에 신고를 하도록 조치한다. 다음날인 15일 미국 CDC(질병통제국)가 공식적인 경계령을 발동하자, 국립보건원은 대국민 주의보를 발령하고, 괴질발생국가에 대한 여행을 자제하도록 권고한다.
이로부터 보름이 지난 3월 28일, 처음으로 국무조정실 주관 관계부처 대책회의가 열렸고, 전국 보건기관에 비상근무령을 내려진다. 그리고 지난 4월 1일에서야 전국 13개 공항, 항만검역소장 및 16개 시도방역관계관이 참가하는 긴급 합동회의가 개최되었고, 격리병원을 지정하는 등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예방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한 당정협의가 진행된 것은 지난 4월 11일로 WHO가 경계령을 발동한지 꼬박 한달이 지나서야 정부와 정치권, 각 시도가 입체적으로 참여하는 예방책이 마련되기 시작하는 등 늑장행정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전염병관리에 대한 모든 정보를 WHO나 미국CDC 등 외국에 의존하고 있어 행정의 일관성이 결여되고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립보건원은 최초 사스의 발병주의기간을 잠복기간이 2~7일(최대 10일)것을 고려하여 10일로 봤던 것을(3.22자 국립보건원 보도자료) 4월 6일 WHO의 권고에 따라 14일로 연장한다. 이러다가 4월 12일 미국 CDC지침에 따라 또다시 14일에서 10일로 변경한다. 자체적인 정보능력이 없이, 외국의 정보력에 기대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지난 4월 2일 2시간 정도 국내에서 체류하다 대만으로 돌아가 사스환자로 판명된 대만인의 경우에도 국가정보원에서 추후에 알려줘 알 수 있었을 만큼 방역체계의 인프라가 허약한 상태이다.

문제는 절대적으로 취약한 방역조직으로부터 기인

우리나라의 전염병관리를 총괄하고 있는 곳은 국립보건원 방역과이다. 방역과 인원 14명과 임시연구생 5명이 합쳐 19명(부장 포함)이 우리나라의 전염병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방역과의 업무분장 형태를 보면 일반서무업무와 한센병 사업, 예산편성과 집행업무를 과장을 포함하여 4명이 담당하고 있다. 사스와 같은 신종재출현전염병과 16개시도 보건소, 보건환경연구원 등 전염병관리조직을 총괄하는 등 급성전염병 관리를 임시파견근무인원을 포함한 4명이 맡고 있다. 이외에 에이즈, 성병, 결핵 등 만성전염병을 관리하는 인원은 6명이지만 그나마 이중 3명은 임시연구생들로 실질적으로는 3명이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생물테러나 각종 예방접종, 전염병전문가 교육, 예방약품관리에는 4명이 배치되어 있지만 2명은 임시연구생으로 실제적으로 2명이 전담하고 있다.
방역과의 특성상 의료관련 전문지식이 무엇보다 필요하지만 방역과 19명의 인원 중 의사면허 소지자는 단 2명뿐인 상태로 전문성 부분에 있어서도 절대적인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는 일반 행정전산업무를 담당해야할 인원들까지 전염병업무에 투여되는 등 극히 열악한 상태에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비교는 어렵겠지만, 6개센터와 1개 연구소, 4개 담당관, 총인원 7,419명으로 연간예산 30억불을 운영하는 미국 질병관리청(CDC) 역할을 우리나라는 보건원 산하 일개 부(部) 수준에서 담당한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나라의 전염병관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다.

인천공항, 검역심사대 설치요청도 4차례나 묵살 - 정부의 질병관리 마인드 부족

정부의 전염병관리에 대한 무지와 안일함을 보여주는 사례는 인천국제공항 설립 당시에도 발생했었다. 현대와 같이 국가간의 잦은 교류와 교통이 발달한 상황에서 전염병관리의 일차적 방벽은 검역을 철저히 시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공항은 한 국가와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이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은 21세기 동북아시대의 중심적인 공항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아래 진행되었다. 2020년까지 모든 공사가 완료되면 연간 53만회의 항공기운항과 1억명의 승객, 그리고 700만톤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세계정상급 공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야심찬 계획이 무색할 정도로 전염병관리의 국가안전망은 철저히 무시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공항에는 출입국에 필요한 시설들이 있다. 세관심사(Customs), 출입국자격심사(Immigration), 검역심사(Qurantine) 시설들이다. 따라서 출국할 때에는 C.I.Q순으로 통과하고, 입국할 때에는 Q,I,C순으로 통과하는 것이 상례이다. 따라서 사스와 같은 질병이 최초로 걸러지는 지점은 공항의 검역심사대(Qurantine Box)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검역심사대가 정부의 무지와 안일 때문에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이 버젓이 벌어졌던 것이다.
공항 설립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복지부와 국립서울검역소(현 국립인천공항검역소)로부터 93년부터 97년까지 4차례에 걸쳐 검역심사대를 설치해 줄 것을 요청받았지만 묵살하다가 98년에 와서야 검역대 설치에 응하는 안일함을 보여주었다. 모든 공항에 기본적인 설계요소 중 하나인 검역심사대에 대한 기본적인 고려조차 없었던 것이다. 경제적 이익이나 이권에는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기본적인 국가안전망 구축을 무시하는 안일한 태도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의 위치에 검역심사대가 설치되었지만 당시에도 향후 공항규모가 커지고, 사스와 같은 신종전염병이 창궐할 경우 심각한 난관에 봉착하리라는 것은 익히 예견되어 왔었다.(김홍신의정활동자료집2000. 「처음처럼 그러나 다르게」)

국내에는 이미 해외유입전염병이 침투하고 있다

2002년 전염병발생현황을 보면 해외유입전염병이 국내에도 이미 상당수 침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년 10월 경기도 파주시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던 41세의 남자에게서 브루셀라증이 발견된 것을 비롯하여 2002년도에 해외를 다녀온 국민들 중 콜레라 환자 2명, 세균성이질 환자 10명, 말라리아 35명, 뎅기열 9명이 발견되었고, 특히 아르헨티나를 여행한 10개월된 여아에게는 리슈마니아증이 발견되는 등 우리나라의 방역체계는 이미 금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론에 대신하여

대한민국은 법령, 행정대처, 검역시스템, 방역관리 등 전염병관리에 있어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사스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일주일, 한달을 장담할 수 없다. 앞으로도 사스와 유사한 해외유발 전염병 등이 다시 재발할 경우 그 때에도 요행을 바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을 기점으로 전반적인 시스템상의 문제를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하여 불행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결론에 대신하여 몇가지 정책제언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검역, 전염병관련 법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사스와 같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해외유입전염병에 대비하여 검역근거와 격리치료 등 제반사항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국립보건원에 대한 전면적인 투자와 재편을 통해 「(가칭)한국형 전염병관리청」을 설립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일개 과에 의존해서는 국가의 전염병관리가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의 NIH, CDC를 혼합한 전염병관리청과 같은 형태의 조직, 인력 재편이 필요하다. 동시에 현재 복지부관리로 되어 있는 검역소를 권역별로 통합하고 보건원의 직접적인 지도감독체계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적극적인 예산투자와 의료전문인력의 확보 등을 통해 전염병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셋째, 대통령 산하에 국가전염병관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전염병 관리의 문제점 중 하나는 전략적 사고를 통한 총체적 대응이 이뤄지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취약한 예산과 인적기반으로는 당장의 행정업무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이런 사고에서 국가의 전략적 방역체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사스사태에서 증명되었듯이 전염병은 한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파급력이 강하다. 보다 책임있는 차원에서 국가의 방역대계를 세우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장기적인 전망과 대응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과 국가의 안위를 보장하기 위해서도 대통령 산하에 (가칭)국가전염병관리위원회 등 책임있는 논의구조가 구성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