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의 이력사항입니다.

처음으로 로그인 회원가입 즐겨찾기추가하기 시작페이지로

 

 

 

 

 

 

 
작성일 : 04-10-18 14:19
[경향신문] [나를깨운 이 한권의 책]김홍신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글쓴이 : 최고관리자 (125.♡.169.86)
조회 : 4,177  

누구나 젊은 시절엔 사랑의 본질에 대해 고뇌하게 마련이다. 내 젊은 시절, 문학에 대한 열정 때문에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벨라르와 엘로이즈’를 만나게 되었다. 감히 속독할 수가 없었다.

중세 철학의 대가이자 신학자이며 성직자인 아벨라르의 고백록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책에서 나는 사랑의 경건함과 인간이 가진 진실, 그리고 끝없는 고뇌를 한꺼번에 접하게 되었다.

아벨라르가 39세에 17살 된 미모의 엘로이즈를 만나면서 비극적 사랑의 격정이 시작된다. 사랑 때문에 두 사람은 극단의 행복과 처절한 고통을 겪게 된다. 철학과 성경에 통달하고 박식한 엘로이즈를 제자로 맞았지만 저명한 신부와 꽃다운 처녀의 인간 본성은 숨길 수가 없었다.

비밀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게 되지만 엘로이즈 가족의 분노 탓에 결국 아벨라르는 생식기가 제거되는 복수를 당한다. 아벨라르의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탁월한 철학과 성서학은 수많은 추종자를 만들었지만 그를 질시하는 무리는 더욱 극성스러워진다. 온갖 박해와 탄압으로 유랑생활을 하지만 그의 끊임없는 참회와 연구, 정진은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아벨라르가 기구한 인생을 마감한 것은 63세 때이다. 그는 시신이 되어서야 비로소 엘로이즈에게 인도되어 생전의 소원대로 엘로이즈가 수녀원장으로 있는 수도원에 묻히게 된다. 그리고 엘로이즈의 간곡한 청원으로 사후에 사면을 받게 된다.

이 책은 처절한 사랑을 넘어서는 철학서이자 종교서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그 넘나듦이 광활하다. 욕망과 쾌락과 인간 본성의 뒤편에 인간의 위대한 정신과 놀라운 영혼의 마찰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죽어서 비로소 하나의 사랑이 된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의 사랑이 세속적인 걸 뛰어넘어 치열한 고행과 영적으로 승화된 점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김홍신/소설가·전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