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이만섭 국회의장님께/김홍신입니다. 평상시 단정한 몸가짐과 말씀으로 저를 비롯한 모든 국회의원의 귀감이 되시는 의장님께 글월을 올립니다. 의장님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큰어른으로 모시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역대 의장들이라면 이런 글월을 올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의장님이 평소에 보여주신 몸가짐과 말씀이라면, 저의 이런 간청을 어렵지만 받아주시리라는 생각에서 이 글을 드립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요즘 항간에 떠도는 저의 상임위 사보임 문제입니다. 의장님도 아시겠지만, 최근 건강보험 재정분리법안이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란입니다. 우리 당에서는 유일하게 제가 반대하고 있고, 때문에 당은 저를 사임시켜서라도 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보도가 언론에 빈번하게 보도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통합은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원의 양심을 건 저의 신념입니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고유한 헌법기관으로 독자적으로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만 합니다. 또한 국회의원의 양심과 신념은 당론에 우선한다고 생각합니다.

국회법에 의하면 "상임위원은 교섭단체대표의원의 요청으로 의장이 선임 및 개선한다"(국회법 제48조 1항)고 되어 있습니다.

즉 교섭단체대표의 요청이 있다 하더라도 의장님께서 받아주지 않으면 사보임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양심과 신념을 지킬 수 있도록 저에 대한 사임요청이 있다하더라도 받아주시지 않을 것을 간청드립니다.

저의 이 요구가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의장님을 꽤나 괴롭혀드리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문화 발전에 중요한 한 획을 긋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디 제 요청을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의장님이 의사봉을 잡은 16대 국회에서는 날치기가 한 번도 없었고, 항상 원칙과 법에 따라 의사일정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아왔습니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원칙과 법에 따라 입장을 정하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2001년 12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