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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10403]정치개혁모임 발제문<정치개혁의 요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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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부파일 : 정개모발제문1.hwp |
(2003-03-12 14:08:27, 번호: 6, 조회: 16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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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현가능성 높은 과제의 양적 축적을 통한 질적 변화의 모색’
정치개혁모임 MT 발제 - 정치개혁의 요체
2001년 4월 3일
김홍신
1. 돌이켜 보면 - 정치개혁은 정당정치에 종속된 의회를 복권시키는 작업
정치개혁을 논하기에 앞서 지난 50년 동안의 한국정치의 성장과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근대 의회주의 정치가 한국 사회에 이입된 지 50년이 경과했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도 의회정치의 진수를 체험하지 못했다고 본다.
해방 후 미군정기를 거쳐 남쪽의 이승만정권의 수립과 북쪽의 사회주의정권의 수립으로 한반도는 분단고착화라는 태생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한국전쟁으로 남북한 공히 경제, 사회, 문화적 기반이 일시에 허물어졌다. 결국 미군정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는 근본적 토양을 상실하는 뼈저린 아픔을 가지게 되었다.
이후 북한은 주체주의라는 폐쇄적 이데올로기를 기반으로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 자체 민중들의 기본적 인권과 민주주의가 외면된 채 현재 상황까지 치달아 왔고, 남한은 자유당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정권으로 이어지며 민주주의와 의회정치는 꽃을 필 기회를 원천적으로 상실해 버렸다.
90년대 들어 김영삼 문민정부와 현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계적이나마 의회정치를 제대로 구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지만, 정치개혁의 고비 때마다 분단고착화 수구세력이 보수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여 발목을 잡았고, 선거철 등 정치적 상황변화를 꾀할 수 있는 시점에서는 지역주의라는 괴물(?)이 등장하여 발목을 잡았다.
한국정치는 이런 태생적 한계로 인해 개혁성향이나 보수성향은 있어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개혁과 보수의 대립구도 자체가 존립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평소 개혁세력이라고 분류되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가서는 연줄이나 지역연고를 찾게되는 뿌리가 없는 정치인만 대량으로 양성되는 서글픈 현실의 반복이었다.
정치개혁을 논의하는 이 자리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할 것은 우리 정치현실과 사회·문화적 토양에서 개혁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명확히 확인하고, 정치적 수사(修辭)가 아닌 진정한 개혁세력으로서의 존재의미와 아주 현실적인(구체적인 정치일정을 통해 현실화되는)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구체적인 일정을 가진 개혁작업이란 결국 ‘지역대립구도와 이를 조장·이용하는 세력’의 타파가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분단구조로부터 파생되는 우리사회의 부조리와 병폐를 제거라는 역사적인 의미의 공유에 있다고 할 것이다.
10년 앞을 내다보자
10년 전을 돌이켜보자. 제도권 정치 최초의 정치개혁모임이 있었다. ‘민주개혁정치 의원모임’이 그것이다. 92년에 모임이 만들어졌으니 정확히 9년 전이다. 그 당시 그 모임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오늘의 이 모임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런데 ‘결정적인 순간’에 모두들 뿔뿔이 흩어지고, 지금은 다시 원점이다. 그 당시 그 구성원들이 지금 같이 있고, 그 주위에 386의 젊고 개혁적인 세력이 결집해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10년을 내다보고 모임을 꾸리자. 향후 10년 동안 2번의 대선과 총선, 3번의 지방자치선거가 있다. 정치지형이 2~3번은 바뀔 수 있는 시간이다. 그러나 국민적 지지는 10년 전에도 그랬듯이, 향후 10년 동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치개혁과 그것을 담을 수 있는 세력의 확대. 지난 10년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었다.
호흡과 수위의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지금 우리의 위치는 어디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개혁모임을 구성하고 있는 우리조차도 그 뿌리를 밟아가다 보면 ‘지역대결구도와 이를 조장·이용하는 세력’ 위에 서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말은 현실의 존재논리와 상황논리를 무시한 채 무리수를 두거나 어설픈 정치세력화 논의가 제기된다면 우리도 역시 과거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없는 서글픈 현실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 자리에서의 논의는 지극히 냉철한 현실인식의 기반 위에서 진행되어야 하고, 진전되어 나아갈 수 있는 수위로 조절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대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논의하기에 앞서 ‘호흡과 수위조절’에 대해 먼저 합의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성급한 세력화논의나 대선을 앞둔 대통령중임제, 부통령제 등 소모적 논쟁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높은 것들은 과감하게 생략하자는 것이다.
우리가 ‘호흡조절과 수위조정’에 대한 일정한 합의가 전제된다면, 그 이외의 다른 모든 부분에 대해서는 마음을 열고 논의할 가능성이 열리고, 이런 조건을 충족한 계획은 현실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현실가능성 높은 과제를 하나하나 실현하다 보면 결과적으로는 정당정치에 종속되어 있는 의회정치를 역전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대한 실험’과 ‘살얼음판’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의 모임은 ‘위대한 실험’이자 ‘살얼음판’이다. 10년전의 모임에 비해 지금 우리 모임이 나은 점은, 여야의원이 모였다는 것이다. 그만큼 개혁의 정치토양이 넓어졌다는 것이고, 하기에 따라서는 ‘위대한 실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야의원이 같이 모였다는 것은, 다른 측면으로는 그만큼 ‘살얼음판’이라는 것이다. 보스정당구조와 대결의 정치가 온존하는 현 상황은, 우리모임을 아전인수식으로 이용하려 하거나, 상대방에 이용당하는 세력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쪽이든 모임이 깨질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살얼음을 깨지않고 위대한 실험을 성공하기 위해서‘호흡조절과 수위조정’은 제일의 전제조건인 셈이다.
정치개혁의 과제는 무엇인가?
‘정치개혁의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말은 결국 우리 ‘정개모의 정체성이 무엇이냐’와 등치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앞서 미약하지만 나름대로 우리 정치지형에 대한 의견을 피력해봤다. 그 말을 요약하면 ‘실현가능성 높은 과제의 양적 축적을 통한 질적 변화의 모색’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이것은 우리 정치의 몇가지 개혁화두인 지역대결구도의 청산, 보스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 혁파, 분열된 국민의 정서적 통합, 양심과 소신에 따른 정치, 인물본위의 정치, 정책과 비전에 의한 경쟁 지향, 정치비리척결 등을 목표로 한 현실적인 계획의 축적이 될 것이다. 이런 목표를 향한 우리의 계획을 하나 하나 실현해 나가다 보면 종착점에서는 우리가 지향하는 정치개혁의 근사치에 다가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여러 가지 과제들을 실현해 나가면서 산발적인 과제의 일회성제시나 목표없는 이합집산은 금기시 해야 한다. 앞서 말한 각각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들을 제출해야 하고, 그 대안들은 법안이나 정책연합 등 지극히 구체적인 형태로 표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과제가 또 다른 제2, 제3의 과제를 연동시켜낼 수 있는 운동성을 가질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이런 움직임이 하나씩 쌓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정개모의 운동성은 확보될 것이고, 결국 이것은 정치개혁의 운동성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의회 스스로가 운동성을 확보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상대방에 대해서 세심하게 배려해 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소속의원은 민주당의원에 대해, 민주당의원은 한나라당의원에 대해 지독할 정도로 배려해 주지 않는다면 결코 이런 과제들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대한 고민
그러면 구체적으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짚어보기로 하자.
▣ 법안의 공동발의와 입법활동
이미 정개모는 국가보안법폐지안을 공동으로 제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국회 본연의 활동인 입법활동은 정개모 회원들이 일상적으로 연대하고 공동보조를 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① 돈세탁금지법 ② 부패방지법 ③ 상가임대차법 ④ 약사법 등 반부패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은 정개모회원의 힘을 모아 대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2001년 지방선거와 관련
2001년 지방선거와 관련하여서도 정개모가 자기 역할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능력있는 일꾼들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의원유급제’ 도입과 관련한 지방자치법 개정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정치는 물론 지방정치의 영역에서도 능력 있는 일꾼의 영입은 개혁의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공동의 인물발굴 작업도 염두에 둘 수 있을 것이다.
▣ 2001년 대통령선거 관련
대선과 관련해서도 정개모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지역감정 조장 후보의 낙선운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 등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총선연대나 시민운동단체의 낙선운동을 합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적 틀이 마련되면 그만큼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조건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무원칙한 상대후보 비방 등을 자제할 것을 다짐하는 정치권자정결의 등으로 올바른 선거풍토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 발언과 표결에 책임을 지는 투명한 국회를 위해
의원이 자신의 발언과 표결권 행사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방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국회법개정을 통한 소위원회 회의록 의무화, 법률안 표결 시 전자투표의무화, 크로스보팅제 도입 등은 의원을 제도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계획을 통해 정정개모활동과 전망을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에 대신하여
한국의 지도층은 사회에서 향유하는 지위와 특권에 비해 사회적 책임이행은 지극히 부실하다. 소위 말하는 ‘고귀한 자의 의무(noblesse oblige)’가 한국사회에는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급옷 로비사건’은 이런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감과 의무의식의 부재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이런 지도층의 도덕적 권위 부재는 구조조정 등 노사문제나 의약분업, 의보통합 등 사회적 분쟁이 일어났을 때 협상을 통한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우리 정치권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의 직업정치인이 어떻게 개인적인 생활을 해결하고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정당생활 그리고 특히 선거를 감당하는지는 ‘거대한 수수께끼’라는 말이 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사회적 합의에 의한 사회적 협약이 성립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모랄해저드(moral hazard)에 빠져있는 정치권 스스로가 자기반성을 하고, 자정능력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정개모와 정치개혁은 이런 조건을 조성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사회나 국민들에게 의무의 이행을 요구하기 앞서, 우리가 먼저 스스로의 의무를 다하고, 사회 지도층의 구성원으로서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렇게 했을 때만이 멀어진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 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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